춘일방산사(春日訪山寺)/이규보(李圭報)
風和日暖鳥聲喧[풍화일난조성훤]바람은 부드럽고 햇볕은 따뜻하고 새소리는 시끄러운데
垂柳陰中半掩門[수류음중반엄문]수양버들 그늘 속에 문은 반쯤 닫혀 있다.
滿地落花僧醉臥[만지낙화승취와]뜰에 가득 떨어진 꽃잎에 취해 스님은 누워있으니
山家猶帶太平痕[산가유대태평흔]절에는 아직도 태평스런 흔적이 남아 있구나.
고려 때의 문신이었고 재상이었던 이규보(李奎報:1168~1241)가 봄날 어느 날 절에 가서 지은 시. 제목이 춘일방산사(春日訪山寺)로 되어 있다. 백운거사(白雲居士)라는 호를 즐겨 썼던 이규보는 절에 가서 지은 시를 많이 남기기도 했다. 그만큼 절을 좋아했으며 불교에 심취해 있었다. 25살 때 개경의 천마산(天磨山)에 들어가 시문을 짓고 장자를 읽으며 지낸 적고 있었다. 시를 잘 지었고, 거문고를 잘 탔으며, 또 술을 몹시 좋아하여 풍류객의 기질이 뛰어나 삼혹호선생(三酷好先生)이라 불리었다 한다. 21살 때 사마시에 장원급제를 하면서 문재를 발휘했으나 그러나 젊었을 때는 불우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다가 최충헌의 초청시회(招請詩會)에서 최충헌을 찬탄하는 시를 짓고 관직에 등용되는 기회를 얻는다. 그는 최충헌을 국가의 큰 공로자라 칭송하고 최씨의 정권보전을 도운다. 몽고와의 외교에 있어 국서를 짓는 일을 그가 맡아 하였다.
절에는 아직도 태평세월의 흔적이 있다 한 것을 보면 나라와 조정에는 몽고와의 외교마찰 등 시절이 어지러웠음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.
山行卽事 (산길에서)/김시습
兒捕蜻蜓翁補籬 아이는 고추잠자리를 잡고 늙은이는 울타리를 손질하네
小溪春水浴鷺鶿 봄물흐르는 작은 시내에 가마우지가 멱 감고있네.
靑山斷處歸程遠 프른 산도 다한 곳 갈 길 먼데
橫擔烏藤一箇枝 등나무 가지 하나, 등에 걸치고 섯네
중년의 냄새가 물씬 난다.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한가운데 서 있다. 삶의 무게를 걸머지고, 막막하다. 임금을 놀라게 할 천재를 타고났으나 조실부모, 선비로서 승인할 수 없는 격변을 만났다. 마음은 불가에 두었으나 행실은 유가에 있었다고도 하고, 그 자취는 절집에 있었으나 선비의 풍모였다고도 하는데, 끝없이 떠돈 그의 생애가 이 한 편에 담겼다. 단란한 망중한(忙中閑)의 꿈이 그에게라고 없었을까. 고즈넉한 봄날의 풍경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며 살고 싶은 날이 그에게라고 없었을까. 험난한 산길을 헤쳐와서 우연히 맞닥뜨린 산촌의 정경을 통해 늘 마음 한쪽에 젖혀두어야 했을, 그러나 뿌리 깊은 꿈을 읽을 수 있다. 늘 길 위에 있었던 그가 마른 등나무 하나 등에 걸치고 선 모습이 눈에 선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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